마르크스주의 Marxism


 

19세기 중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발전시킨 일단의 학설체계.

 

인간학, 역사철학, 정치·경제 이론의 3부분이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 이들을 결합시켜 일관된 논리체계를 형성하려는 마르크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년, 특히 사후에 내려진 다양한 해석과 소련의 공식 이데올로기로서 채택된(1917) 이후의 정치적 요청으로 말미암아 많은 타협과 절충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는 공산주의·사회주의 제정당의 이념과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여러 사상가들의 정치·사회·경제 이론을 포괄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인간의 창조력에서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발견한다. 창조력이란 필요의 충족을 위해 자연이라는 대상에 쏟는 인간의 노력과 노동력이며, 여기서 노동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인류라고 하는 하나의 종(種)을 위한 노력이다. 인간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기도 하는 복잡다단한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이와 같은 이상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창조적인 에너지 혹은 노동력을 투여하는 개인군(프롤레타리아트)과 임금을 주고 이 노동의 산물을 도용하는 계급(부르주아지)이 따로 존재하며, 이는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해 창조된 세계가 실제로 노동에 참여하지 않은 자본가 계급에 의해 소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러한 현실의 모순을 '소외'라는 말로 표현했다. 노동자 계급이 노동의 결실을 회복하게 되는 그날이 도래할 때, 소외는 극복되고 모든 계급의 구분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계급투쟁과 계급 없는 사회의 이념은 마르크스 이전에 이미 제창되고 있었다. 공동체 내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갈등을 유발한다는 착상은 멀리 투키디데스 저작에까지 소급되며, 기존 경제체제의 비판 위에 계급없는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갖가지 사상들이 19세기의 첫 10년 동안 꽃을 피웠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2가지 이념을 색다른 방식으로 결합시켰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어떠한 것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었다.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을 역사의 추진력으로 간주한 뒤 인류의 역사는 계급 없는 사회의 출현으로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고 시작되는 〈공산당선언 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의 첫 구절은 마르크스 역사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모든 역사는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 사이의 투쟁의 연속으로 비쳤다. 역사는 전쟁·발견·발명·조약·음모 등으로 전개된다는 것이 종전의 견해였다면 마르크스는 이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마르크스에게 역사의 동인은 인간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수단'의 발전에 있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질에의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마르크스가 제창한 '역사적 유물론'의 핵심이었다. 물질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생산수단이라는 일단의 관계를 통해 자연과 교류해야만 한다. 인류는 역사의 매단계마다 독특한 생산수단을 발전시켜왔다. 14세기의 자본가 계급이란 상상할 수 없으며, 20세기의 봉건영주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는 변증법의 원리에 따라 스스로 진화해간다. 매단계는 상반되는 단계에 의해 계승되며 이러한 2단계의 상호작용이 종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사단계가 대두한다. 어느 단계에서나 생산수단의 전제가 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인데 인간은 이러한 관계들 속에서 스스로의 인간성을 상실해간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가장 최근의 역사단계이다. 자본주의의 번영은 생산력 규모의 세계적인 확대와 엄청난 양의 잉여가치 창출에 기초하고 있으며 잉여가치는 고스란히 자본가의 몫으로 된다. 내재적인 모순에 시달리고 있는 자본주의는 그러나 번영을 지속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본주의가 모든 인간들을 상품화함으로써 개성을 말살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자본주의는 자멸을 초래한다. 자본주의로 말미암아 계급투쟁은 결정적인 국면을 맞이하며, 명백한 착취로 인해 완전히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 프롤레타리아트는 마침내 공동목표를 향해 단합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가 임박하고 계급 없는 이상사회가 실현되기에 이른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이익은 전체 인류의 이익이며,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노동의 분화가 이루어진 이후 끊임없이 공동체를 괴롭혀온 계급의 분화를 불식시킬 것이다.

1848년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마르크스의 분석틀이 복잡성을 더해가는 사회구조의 해명에 한계를 드러내자, 특히 마르크스 사후에 이론에 대한 수정과 보완작업이 이루어졌다. 엥겔스와 카를 카우츠기 등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특정 상황을 겨냥한 혁명강령으로부터 역사의 진화에 따른 궁극적인 승리라고 하는 평화적인 기대 쪽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마르크스주의는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에 의해 보다 심각한 변질을 겪게 되었다. 레닌은 노동자 계급의 자발적인 혁명수행능력을 부인하고 직업혁명가에 의한 체계적인 지도를 역설했으며,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을 새로이 해석해 전근대사회에서의 혁명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마르크스-레닌주의'란 전통 마르크스주의와 효율적인 당조직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한편 오토 바우어가 주도하는 오스트리아 학파는 극단적인 계급투쟁을 고수하는 급진 혁명세력의 비윤리성에 반기를 들고 사회적 민주주의 본연의 인간주의적 토대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세계 각국 공산주의의 실상은 정통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난 예가 많으며 지식인들은 현대의 기계문명을 비판하는 도구로서 마르크스주의적 시각들을 응용하고 있다. 실존주의 철학에 마르크스의 이론을 융합시킨 사르트르의 〈변증법 이성 비판 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1960)은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http://members.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07m020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