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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이란대지진]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통곡의 땅

운영자 2004.01.04 05:04 조회 수 : 1997 추천: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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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대지진]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통곡의 땅
맨손으로 필사의 구조…구덩이 파고 시신 매장
국제 사회 구호의 손길 이어져


지난 26일 강타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 밤(Bam)에서는 재해 사흘째인 28일 구호요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도시 전체에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 17세 소녀는 “부모와 할머니, 여동생 2명 등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흐느꼈다. 생존자들은 가족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었고, 밤 외곽 도로는 계속된 여진(餘震)으로 공포에 빠진 시민들이 탈출에 나서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란 내무부는 사망자의 추정치를 최소 2만명으로 늘려잡았다. 그러나 현지 관료 및 구호 요원들은 사망자 수가 밤 인구(8만명)의 절반인 4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상자도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리히터 규모 6.7의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란 남동부 도시 밤 외곽의 보라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27일 한 이란인 남자가 아들의 시신을 묻기 전 얼굴에 입맞추고 있다. /AFP연합

◆ 구조작업 구조요원과 매몰자 가족은 맨손과 불도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건물 잔해를 걷어내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한 이란인 구조요원은 “우리는 맨손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구출하고 싶어도 장비가 없어 못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현지 관리들이 27일까지 어린이 등 150여명을 구조하고, 1만 구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 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 추운 날씨와 장비 부족으로 구조가 지연돼, 매몰자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자들은 건물 대부분이 파괴된 데다 전기·물 공급마저 끊겨 고통받고 있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도 여진 때문에 안심할 수 없어 생존자 대부분이 노숙을 하고 있다. 밤이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만, 텐트는 턱없이 부족해 생존자들은 옷이나 담요로 몸을 감싸고 마분지 등을 태우면서 추위와 싸우고 있다.

▲ 27일 공중에서 내려다본 이란 남동부 도시 밤의 주택가.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가옥과 건물이 폭격을 받은 듯 붕괴돼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번 지진의 사망자는 최소 2만명이라고 이란 내무부는 밝혔다./AFP연합

또 약탈이 자행돼 부족한 구호품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권총과 칼라슈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차를 타고 밤으로 들어와 적십자사의 텐트와 모포 등 구호품을 약탈해 갔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힘센 놈들이 구호품을 독차지한다”고 한탄했다. 이날까지 부상자 9000여명이 이란 각지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구급요원들은 들것이 부족해 양팔로 환자를 안아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거리에 넘쳐나는 시신(屍身) 처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요원들은 발굴작업 한 시간 만에 시신 200구가 나왔다고 참상을 전했다. 시신들은 담요로 말아 공동묘지로 옮겨지고, 굴착기로 판 큰 구덩이에 무더기로 매장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 내무부는 28일 현재 1만5000여구의 시체가 이미 매장됐다”고 밝혔다.

▲ 이란 대지진 참사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위해 지난 27일 오후 출국한 119 국제구조대원들이 떠나기에 앞서 정부 중앙청사에서 신고식을 가졌다. 이들은 내년 1월 3일까지 구조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연합

◆ 잇따른 국제 지원 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가운데 각국이 잇따라 구호에 나서고 있다. 이란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해왔던 미국 백악관은 26일 즉각 대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우선 C-5 등 군용기 7대를 동원, 15만파운드의 구호품과 200여명의 의료진 및 구조요원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미국 군용기가 이란 영토에 들어가는 것은 지난 1980년 이란혁명 직후 감행된 미국인 인질 구출작전 이후 처음이다. 이란 정부는 앞서 케르만주공항을 구호품과 구조요원을 실은 모든 나라의 항공기에 개방한다고 선언했다. 터키 정부는 6대의 트럭과 5대의 화물기로 105명의 구조요원과 구호품을 이란에 급파했다. 프랑스는 2대의 군용기에 60명의 의료진과 20t의 구호물자를 실어 보냈다.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호주도 상당량의 구호물자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이란에 77만달러(약 8300만엔)의 긴급 무상협력자금과 텐트·발전기·모포 등 2500만엔 상당의 물자를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구조활동을 위한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도록 내각에 지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 26일 새벽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유적도시 밤(Bam)시를 강타한 지진으로 이 지역 고대 진흙 성채가 파괴된 모습(위). 아래는 파괴되기 이전의 모습./AFP

◆ 문화유산 파유네스코는 26일 지진 피해지역에 유적조사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이란 정부에 요청했다. 밤은 2000년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로, 세계 최대의 진흙 벽돌 성채(Arg-e-Bam, 사방 300m×200m, 높이 65m) 등 문화유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채는 이번 지진으로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됐다. 유네스코의 무니르 부체나키 문화유산 담당자는 “이 성채에는 20세기 초까지 사람이 거주했던 수십 채의 진흙 막사가 있는 등 진흙 건축 유적 중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유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올라 있다”고 말했다. 밤은 사막의 오아시스에 지어진 고대도시로 한때 ‘사막의 에메랄드’로 불렸으며, 16~18세기 초 사파비드 왕조 시대에는 비단길(실크로드)의 길목으로 번성했다. 1722년 아프간의 침공으로 파괴됐다가 1953년 이후 이란 정부에 의해 복원돼 관광지로 인기를 누려왔다.

(김민구기자 roadrunner@chosun.com ) (도쿄=정권현 특파원 khjung@chosun.com )

입력 : 2003.12.28 18:15 15' / 수정 : 2003.12.29 05:14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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