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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범죄 ‘중학생 진술서’로 본 일진회 실태

운영자 2005.03.11 15:33 조회 수 : 3838 추천: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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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진술서’로 본 일진회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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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회 실태를 폭로해 화제가 되고 있는 정세영(52)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운영위원(현직 중학교 교사)이 10일 공개한 중학생들의 ‘진술서’에는 학교 폭력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아이들이 ‘후배 터치’라고 부르는 신고식, 노래방에서 얻어맞아 6~7주간 하혈을 한 여학생, 일진회를 탈퇴하려다 선배한테서 구타를 당한 남학생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진술서를 통해 그들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담을 그들의 언어 그대로 들어본다.

한강 끌고가 “XXX, 너 놀거야 말거야?”

◇ ‘초딩’의 일진회 가입(서울 ㄱ중 1학년 ㄴ양)

내가 놀게 된 계기는 6학년 1학기 초다. 애들이 학교 끝나고 ㅅ초등학교로 놀러 간다고 했다. 나는 애들이 싸우는지 알고 구경하러 갔다. ㅅ초교 애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언니들이 올까봐 나와 친구는 숨어 있었다. 근데 언니가 우리를 발견해서 나와 보라고 했다. 언니들이 우리를 데리고 한강으로 갔다. 그때부터 우리한테 90도 각도로 인사를 시켰다. 나는 노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노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때 ㅊ언니가 “××년아, 너 놀 거야 말 거야”라고 말했다. 안 논다고 하면 꼭 때릴 것만 같았다. 담배를 피울 줄 아느냐고 물어보며 담배를 피우라고 시키기도 했다.

애들과 함께 모르는 아이들에게 돈을 빼앗았다. 돈은 하루에 1천원, 2천원, 1만원까지도 모았다. 프리챌에 가입하라고 해서, 가입하고 글도 남겼다. 글 쓰는 게 귀찮고 힘들었지만 언니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고 이쁨을 받기 위해서는 글을 올려야 했다. 어떤 때는 쪽지를 보내 돈을 모아 오라고도 했다. 돈을 모으는 것이 습관처럼 됐고, 모으라고 하지 않아도 애들한테 돈을 뜯어서 맛있는 걸 사먹기도 했다.

언니들이 돌아가며 때렸다…한 50대?


◇ 얻어맞아 6~7주 동안 하혈(서울 ㄴ중 1학년 ㅎ양)

언니 집에서 ‘쌩깠다’(무시한다는 뜻)고 맞았다. 처음에는 ‘싸대기’(뺨)를 때리다가 점점 강도가 높아지면서 배를 때리고, 그래서 다 맞고 집에 오니 생리가 나오고 있었는데, 한 6~7주간 계속됐다.

후배 터치는 ㅎ언니 집에서 했다. ㄱ, ㅂ, ㅇ 등의 언니들이 있었고, 우리들을 일자로 죽 서게 한 다음 언니가 한 명씩 나와서 뺨을 때렸다. 그리고 또 계속 돌아가면서 뺨을 때렸다. 한 50대 정도? 그러고 나서 짱을 뽑았다. 맨 처음에 두 명이 맞짱을 뜨게 됐는데, 한 명이 져서 울고 말았다. 거기서 이긴 사람과 내가 짱을 뜨게 되었다. 내가 먼저 두 대 때렸다. 그런데 내가 너무 세게 때리는 바람에 상대가 울고 말았다. ‘감정 빵’도 했다. 서로 맘에 들지 않거나 그러면 불러서 때렸다. 지난해 11월에 노래방에서 나와 애들이 맞았다. 나와 한 친구는 선배 욕을 했다면서 맞았다. 맨 처음에 싸대기와 머리를 잡아당기고 발로 까고 무릎으로 급소를 찍었다. 그 후에 친구는 3개월 정도 생리가 없었고, 나는 지금까지 없다.

가지않자 형이 골목으로…뼈도 다쳤다


◇ 일진회 탈퇴자에 대한 폭행(서울 ㄷ중 2학년 ㄱ군)

나는 ㅊ초등학교를 나왔다. 거기서 5학년 때부터 ㅅ, ㄱ과 함께 셋이서 놀았다. ㅅ이 짱이었고, ㄱ이 2짱이었다. 6학년 때 ㅊ형이 나와 ㄱ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그 후에 몇 번 돈을 모아 오라고 시켰다. 그래서 돈을 갖다 줬다. 2학기 초에 ㅊ형이 ‘찐’(일진회)하고 싶은 애들은 전부 다 오라고 했다. 나는 기말고사 성적이 떨어져서 가지 않았다. 며칠 후 ㅊ형이 나를 골목으로 데리고 가서 때렸다. 목도 때리고 배와 옆구리, 그리고 마지막에는 넘어지게 해서 팔꿈치가 까지고 뼈도 다쳤다. 그리고 찐 애들에게 보복을 당했다. 짱하고 맞짱을 뜨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어서 ㅂ에게 싸우자고 한 다음 나는 그냥 맞기만 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