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룹바벨선교회

유럽연합(EU) EU 독-프간 친분과시, 러시아나 중국과도 협력확대

운영자 2004.07.22 22:09 조회 수 : 849 추천:191

extra_vars1 http://weekly.chosun.com/wdata/html/news/200406/20040623000016.html 
extra_vars3  

슈뢰더 바쁘면 시라크가 대신 ‘EU 연설

'어제의 적' 독일·프랑스, 유럽 이익위해 '똘똘'… 직함 대신 서로 이름 부르며 친근감 과시

지난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1944년 6월 6일) 60주년 기념행사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던 즈음,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에는 이런 만화가 실렸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나란히 손잡고 노르망디에 ‘상륙’하는 것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다.

노르망디 해안은 2차 대전 당시 프랑스 땅을 점령한 나치 독일을 몰아내기 위해 수많은 미군 병사들이 목숨을 바친 곳이다. 한데 불과 60년 전만 해도 총을 맞대고 싸웠던 어제의 적(敵)이 이제는 가장 가까운 외교 파트너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오히려 60년 전 혈맹 관계였던 미국과 프랑스가 이제는 외교 문제로 낯을 붉히는 사이가 되어 있다. 자국 이익을 위해 뛰는 외교 무대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 독일을 방문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9월 4일 베를린 남쪽 약 190km 지점의 드레스텐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맥주잔을 맞대며 건배하고 있다.

CNN, BBC 등이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가운데 대대적으로 거행된 노르망디 상륙 60주년 기념행사도 단지 60년 전 흘러간 전쟁을 기억하고, 그 전쟁에 참전했던 베테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노르망디 60주년을 ‘멍석’ 삼아 자신의 외교적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 외교 무대였다.

이 기념행사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 무려 16개국 대통령과 총리를 불러모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 등 유럽의 왕족들도 초청했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 기념행사에 러시아와 독일 지도자를 초청하기는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의 화해를 보여준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그 이면에는 시라크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 푸틴 대통령이 활발한 정상 외교를 통해 얼마만큼이나 두터운 친분을 쌓았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러시아·중국과의 정상외교에도 총력

시라크 대통령은 노르망디에서 또다른 성과도 거뒀다. 그동안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면서 부시 대통령과의 사이에 쌓였던 앙금을 조금이나마 푸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노르망디 기념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5일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엘리제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맥주를 마시려고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주들을 손사래로 물리쳤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릴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에게 이처럼 훌륭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 나는 정크 푸드 애호가”라고 맞장구쳐 폭소를 자아내는 등 연방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 영국을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 20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기자 회견을 갖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이 이라크 정책을 둘러싸고 종전의 이견을 완전히 해소한 건 아니다. 국내 정치적 입지 때문에 부시나 시라크 둘 다 종전 입장에서 급선회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프랑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부시 대통령이나 반미 노선 때문에 미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타격을 입어본 시라크 대통령이나 둘 다 서로를 필요로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시ㆍ시라크 정상회담 며칠 후 유엔 안보리에서는 이라크 결의안이 즉각 통과됐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유럽 각국의 외교 노선도 크게 둘로 나뉜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그룹에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앞장섰고, 찬성하는 그룹에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이 줄 서있다. 반전 그룹은 미국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국제 질서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름의 위상을 높이려는 쪽이다. 반대로 전쟁을 지지하는 그룹은 미국의 노선을 따름으로써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국제 질서에서 제 몫을 챙기려는 쪽이다. 이 가운데 스페인은 지난 3·11 마드리드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온 사회당 정부가 총선에 승리하고 집권하면서 반전 진영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반전 진영의 선두에 선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더욱 급속히 가까워졌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EU 정상회담 마지막 날에 슈뢰더 총리가 독일로 갑자기 귀국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이 때 슈뢰더 총리를 대신해 시라크 총리가 연설했다.

반전 노선 때문에 프랑스·독일과 러시아의 관계도 부쩍 가까워졌다. 지난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선됐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걸고 또 러시아로 달려간 지도자도 바로 시라크와 슈뢰더였다.

시라크에 푸틴이 직접 ‘우주센터’ 안내

지난 4월 슈뢰더 독일 총리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하루 간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로 모스크바 서쪽에 있는 티토프 우주센터를 둘러보았다. 러시아가 이 곳을 외국인에게 보여주기는 시라크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지고 신뢰가 쌓여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라크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독일이 대화를 끊고 사는 건 아니다. 유럽 각국의 정상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노선이 일치하든 다르든, 언제든 만나서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다.

지난해 9월과 올 2월 블레어ㆍ시라크ㆍ슈뢰더는 3자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회담도 수시로 열린다. 정상들이 한두 번 만난다고 외교 노선이 확연히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들은 유럽 문제와 관련해 협력할 사안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한다.

이런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토니 블레어 총리가 50회 생일을 맞았을 때 시라크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에게 선물과 축하 편지를 보냈다. 시라크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1989년산 샤토 무통 로실드의 값비싼 와인 6병이었다. 생일 축하 편지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이렇게 썼다. “친애하는 토니, 당신이 프랑스에 머무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기에, 프랑스 땅을 잘 설명해주는 이 선물을 보내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오.” 영국 언론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프랑스어로 당신(vous)이라는 존칭 대신 너(tu)라는 친숙한 프랑스어 어투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슈뢰더 총리가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생일 축하 편지에서도 “친애하는 토니, 나는 우리의 정규적인 만남과 대화에 대해 정말로 감사한다”고 썼다. 이들 정상이 서로를 ‘블레어 총리 귀하’라는 공식 호칭이 아니라 ‘토니’라고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대화한다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EU 확대로 국경이 무너진 유럽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국경을 제 집 드나들듯 넘나들며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친다. 지난 3·11 마드리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유럽 각국 정상들은 마드리드에서 거행된 추모식에 다 함께 참석했고, 이어 EU 정상회담에서 대 테러 방지대책을 함께 논의했다.

특히 냉전 체제가 붕괴된 후 초강대국 미국의 독주가 계속되자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EU는 미국을 견제하면서 다극 체제를 구축하려는 목표로 그 어느 때보다 정상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의 정상외교가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곳도 바로 유럽 국가들이다.

최근 유럽에서 최고의 외교 파트너는 ‘아시아의 강자’ 중국이다. 유럽 정상들은 극진한 대접을 하면서 중국 정상을 맞는다. 국제 질서에서 미국을 견제할 외교 파트너로, 또 떠오르는 거대 시장 중국에서 보다 큰 몫을 챙기기 위해서다.

올 5월 1일 EU가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확대된 후 제일 먼저 EU로 달려온 외국 지도자는 바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였다. 이에 앞서 올 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할 당시, 프랑스는 에펠탑을 붉은 조명으로 물들이면서 대대적인 환영 제스처를 보였다. 프랑스가 중국에 에어버스 20대를 판 것도 바로 이런 외교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EU 내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의 친분 때문에 EU가 중국에 내린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풀어주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21세기 외교의 승패는 각국 정상들이 얼마나 서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 정치적 실리도, 경제 전쟁에서의 승부도 바로 여기서 판가름난다.

파리=강경희 조선일보 특파원(khkang@chosun.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미-러-나토 新대서양체제 출범 (궤휼이다!) 운영자 2004.04.01 1248
공지 공산권과 중동관계 관찰 운영자 2004.06.16 1034
공지 수퍼 EU 탄생에 대한 기사모음 운영자 2004.05.01 1202
공지 대다수 러시아 국민, EU가입 희망(2003.6.16) 운영자 2003.12.10 1021
39 EU정상들, 은행동맹 2013년 설립 합의 운영자 2012.10.19 591
38 2009년 EU대통령 탄생… ‘정치공동체’로(2007.6.25) 운영자 2009.10.26 848
37 프랑스도 "하마스와 중동평화 협상해야" 운영자 2006.02.17 1007
36 다시 도마 위에 오른 EU 공동농업정책 운영자 2005.08.22 952
35 EU헌법 부결 후폭풍…프랑스 오늘 내각 개편 운영자 2005.06.01 996
34 흔들리는 프랑스, 위기의 시라크 운영자 2005.06.01 981
33 프랑스, 유럽헌법 찬반 국민투표… 오늘 결과;‘EU 정치통합’ 분수령될듯 운영자 2005.06.01 889
32 墺총리, 안보리 상임이사국 EU 공동 티켓 희망 운영자 2005.05.20 1033
31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지 프랑스로 결정될 듯" 운영자 2005.05.04 960
30 프랑스 유럽헌법 반대여론 58%로 증가 운영자 2005.04.22 963
29 EU, 2007년 부터 동구권에 국경 개방 운영자 2005.04.07 951
28 부시, 미ㆍ유럽 새로운 동맹 강조(종합) 운영자 2005.02.22 774
27 스페인, 20일 첫 유럽헌법 국민투표 운영자 2005.02.18 792
26 러시아 正敎와 비잔틴 전통 운영자 2005.01.17 821
25 유럽, 터키의 EU가입 승인해야 (미래한국) 운영자 2004.12.27 798
24 유럽통합은 '피의 세기'를 끝내는 것이라 하지만 도리어 피를 부를 것이다. 운영자 2004.12.20 851
23 EU 전쟁 후 상처 치유가 안 됨. 강대국은 과거반성 안 함. 운영자 2004.12.14 756
22 프랑스, 이슬람이 카톨릭 다음 제2 종교 부상 운영자 2004.08.08 1075
» EU 독-프간 친분과시, 러시아나 중국과도 협력확대 운영자 2004.07.22 849
20 獨 "프랑스가 제일 좋아" 운영자 2004.07.13 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