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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EU와 ‘천하 삼분’ 꿈꾼다

후진타오·원자바오 등 '지도부' 총출동해 외교전

세계는 지금 정상외교 전성 시대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어진 탈냉전 시대에 각국 정상들은 외교의 정수라 할 정상회담을 통해 국익 증진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정상들 간의 스킨십과 신의가 국익을 지키는 척도가 되고 있다. 정상들 간의 만남에서 국익 앞에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듯한 차가운 현실도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이웃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상외교에 힘을 기울이며 자국의 위상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촌을 달구는 정상외교의 현장을 중국, 일본, 유럽, 러시아로 나누어 짚어본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가지도부의 숨가쁜 해외 순방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공략하는 이들의 해외 순방은 규모가 크거나 행색이 화려하지는 않다. 지난해 3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 등 중국 신지도부가 국가 조직 전면에 배치되면서 지도부의 해외 순방엔 환송, 환영 행사가 오히려 폐지됐다. 허례허식 타파를 통해 인민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외 순방의 실속을 꼽자면 화려한 외교라는 표현에 손색이 없다.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1위인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6월 8일부터 10박 11일 일정으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구 3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순방하고 있다. 후 주석은 8일 폴란드에 도착, 크바시니에프 대통령과 만나 양국간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이번 순방은 지난 5월 1일 EU(유럽연합)에 신규 가입한 동구권 국가들을 둘러보고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상하이(上海) 협력그룹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후 주석의 이번 유럽 방문은 만 1년 만에 3번째의 유럽 방문으로,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된 ‘서방 선진 7개국+러시아(G8)’ 회의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국제 열강 지도자들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중국은 G8에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후 주석은 게스트로 참석했지만 유럽 언론들은 정식 회원국 지도자들보다 새로 등장한 후 주석을 더욱 부각시켰다. 일부 언론은 러시아가 경제적 선진국이 아니면서도 G8에 가입했으므로 중국도 가입 못할 이유가 없다며 멀지않은 장래 중국 가입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영국과 일본 등은 중국의 가입에 아직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슈뢰더 독일 총리는 ‘중국이 9번째 회원국의 좋은 후보’라며 한껏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후 주석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지난 5월 유럽 을 방문했다. 그는 EU가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회원국을 확대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유럽을 찾는 발빠른 외교 행보를 과시했다. 중국은 실리와 국익에 관한 한 이제 ‘만만디(慢慢地·천천히)’의 나라가 아니다. 원 총리는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와 EU본부를 돌면서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유럽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하면서 지도자간 상호 교류를 역설했다.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도 5월 하순 러시아 불가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을 찾았다. 방문의 공식 목적은 의회 교류 확대지만 유럽을 강력한 외교 파트너로 삼겠다는 정치적 의미가 다분했다. 이처럼 중국 권력 서열 1, 2, 3위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불과 48일 사이에 유럽 12개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새로운 외교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유럽 방문을 통해 영국과는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독일과는 ‘세계적 책임을 진 동반자 관계’, 러시아와는 ‘전략 협력동반자 관계’ 등 다양한 표현으로 상호 관계를 격상하거나 강화했다. 원 총리는 중국과 EU와의 관계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다. 중국의 이같은 유럽 중시 전략에 대해 일부에서는 유럽과 연합해 미국에 대항하는 ‘연구항미(聯歐抗美)’ 전략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올들어 중국의 외교전략은 큰 방향 전환을 했다.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에 따라 일관되게 지켜오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원칙에서 ‘화평굴기(和平♥起)’ 원칙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빛을 숨기고 모호함 속에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는 원래 유비(劉備)가 조조(曹操)의 식객으로 있을 때 자신을 숨기기 위한 기만책이었다. 이런 저자세에서 중국은 비로소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뚝 일어선다’는 ‘화평굴기’로 돌아섰다. 여기엔 25년간 평균 9%대의 경제 성장을 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 지난 1월 26일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당총 서기 겸 국가주석(왼쪽)이 파리 엘리제궁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과 관계 유지하며 ‘새 친구’ 늘려

중국이 지향하는 세계 질서는 미국 단극주의가 아니라 다극화다. 구체적으로는 EU 탄생과 확대를 계기로 미국, 중국, EU가 정립(鼎立)하는 신삼국지를 상정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잇따라 유럽으로 달려간 것도 냉전 종식 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이제는 다극 체제로 재편해볼 만하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유럽 중시 정책에 따라 이미 프랑스 등 일부 EU 국가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무기 금수(禁輸) 조치 해제를 추진하고 있어 중국의 유럽 외교는 초보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세계 전략은 한쪽을 버리고 한쪽을 취하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다.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계속 돈독히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친구로 세력 균형을 유지한다는 신중한 전략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아무리 좋거나 아무리 나빠도 ‘협력 속의 견제’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또 수퍼파워 미국과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결코 승산이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미국의 일방적 입김을 막기 위해 제 3의 세력과의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친중국계 신문인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는 “유럽과 연대해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은 영원히 성립될 수 없을 뿐더러 이런 전략은 중국과 유럽 모두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인구 4억5000만명에 GDP 10조달러의 EU는 신속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협력 파트너다. 특히 거미줄처럼 얽혀버린 미국 의존 경제 관계가 자국의 외교적 발언권을 제약하는 족쇄로도 작용함에 따라 EU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치렀던 주변국과도 관계 개선

중국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4개국을 규합, 상하이협력기구를 결성한 것도 중동 및 중앙아시아 장악을 발판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항한다는 목적이 담겨 있다. 특히 이라크전을 계기로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장악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러시아 등 자원 부국의 협력을 얻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4300㎞에 이르는 국경선 중 97%를 확정지어 서둘러 국경분쟁의 소지를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과거 전쟁을 치렀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이 대표적이다. 현재 중국은 주변국 어느 나라와도 관계가 나쁜 나라가 없을 정도로 전방위 우호 외교를 펼치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북한 핵문제를 계기로 중국의 외교적 위상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어 패권주의적 성향으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미국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과거사 문제로 일부 갈등을 빚고 있으나 위험선을 넘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덩샤오핑은 중국이 지향해야 할 외교 전략에 대해 “냉정하게 살피고 발판을 굳히고 침착하게 대응하라.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되며 냉정하고 또 냉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 신지도부는 여기에다 시대 변화와 함께 한다는 ‘여시구진(與時俱進)’과 실질에 힘쓴다는 ‘무실(務實)’을 가미했다. 국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제때 시대 변화를 따라잡고 필요하면 누구와도 사귄다는 지도부의 획기적인 발상전환이 담겨있다. 내치(內治)에 찌들어 외치(外治)를 팽개치는 소국적(小國的) 행태와는 확연히 다른 대국 외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25년 만에야 ‘화평굴기’로 외교전략을 수정했다. ‘화평굴기’는 중국의 현 실정과 신중한 외교 행태를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상징되는 한ㆍ미 동맹 변화와 미군의 세계전략 변화로 한반도 정세가 격변하고 있다. 중국이 구상하는 신삼국지 세계질서와 화평굴기 정책을 고려하면서 한반도의 거시적 생존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다.

베이징=여시동 조선일보 특파원(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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