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旗歌가 방영되는 KBS
기사입력 : 2004.08.18, 17:20
KBS의 시사 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가 지난 14일 북한 군가인 ‘적기가(赤旗歌)’의 멜로디를 이 프로그램의 ‘시사 플래시’ 코너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사 플래시’는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견과 관련해 국방부의 포괄적인 보도제한(엠바고) 조처를 받아들인 언론의 문제점을 풍자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은 KBS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배경 음악을 전담하는 외부 프리랜서가 군가 멜로디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사용하면서 이 음악이 ‘적기가’의 멜로디인 줄 모르고 선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외주 음악 담당자는 즉각 교체했고,회사 또한 제작진을 상대로 이에 상응한 후속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가 사과하고 실수에 대한 추가적 후속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우리는 KBS의 단순한 실수임을 믿고자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사과하려면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릴 것이 아니라 ‘KBS’의 이름으로 방송에 공식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기가’의 원 멜로디는 독일 민요 ‘소나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이 군가로 사용하고 있고,영화 ‘실미도’에 사용돼 국회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만큼 공영방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이 멜로디가 40초간 방영됐다면 KBS의 이름으로 공식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5000명을 넘는 인력에 시청료 수입 5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1조3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가진 KBS가 이런 초보적 실수를 저질렀다면 내부에 상당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염려된다.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겪는 과정에서 자체 심의 기능이 마비됐거나 어느 한쪽으로 쏠려 균형감 있는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KBS에 재발 방지와 아울러 신뢰받을 수 있는 공영성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