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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푸틴, 러시아사를 새로 쓰다

운영자 2004.03.18 20:44 조회 수 : 2762 추천: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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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사를 새로 쓰다(1/3)

(2000. 9. 8.)

[눈부신 푸틴의 행적]

푸틴의 발빠른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강한 러시아'를 전면에 내세우고 예리한 정보 분석과 정확한 판단, 과감한 실천, 민심을 읽는 안목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 등 러시아가 드디어 레닌 이래 무려 80여년 만에 지도자를 제대로 만났다. 그의 외교 성과도 탁월하다. 미국, 중국, 북한, 일본, 유엔 등을 상대로 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때마다 승전보를 올린다. G8 정상회담에서는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전세계 지도자 중 중국의 강택민과 주용기가 합해야 그의 상대가 될 만할 뿐, 단독으로는 누구도 그에게 못 당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는 대단한, 무서운 사람이다. 그는 러시아 역사만이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새로 쓸 사람이다.

치밀한 사전 준비에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고 형형한 눈으로 현장을 읽고 예리하게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외교 언어로 누구든 그 앞에 서면, 얼결에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다. 북방 도서와 경제협력을 맞바꾸려했던 일본이 경협만 약속하게 된 러일 정상회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푸틴은 상대를 알지만, 상대는 푸틴을 모른다. 그는 전략 전술에 뛰어난 병법가이자,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서슴없이 던질 줄 아는 정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정치가이다.

[러시아를 지배하는 집단은 마피아]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을 내세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고르바초프를 제치고 민주화의 깃발을 내세운 옐친이 폭발적인 인기 속에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인기도와는 관계없이 5%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여론 조사에서 밝혀졌다. 러시아에서 제일 영향을 많이 미친 집단은 놀랍게도 러시아판 마피아였다(한국 최고의 러시아통 조선일보 황성준 기자).

[푸틴 등장의 배경]

러시아판 박정희, 러시아판 등소평이 될 가능성이 다분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왜 이 시점에서 등장하게 되었을까.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극소수의 귀족과 무능한 황제의 나라였다. 황제는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자가 있었다. 자기 이름을 따서 페테로부르크(공산치하에서는 레닌그라드라고 불림)를 건설하여 계몽군주로 화려하게 국제 무대에 등장하여 러시아를 강국으로 만든 피오트르 대제는 러시아 역사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였을 정도로, 러시아는 무능한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든 극소수의 귀족이 90% 이상의 백성을 농노로 만들어 군림한 나라였다.

러시아 백성이 살아남는 길은 미르(Mir 농업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체념하고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세의 행복을 바라면서 종교에 귀의하여 사는 수밖에 없었다. 이 수천 년 모순을 깨뜨린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레닌이었다.

그는 종교심 강한 러시아인에게 공산주의란 달콤한 종교를 대신 안겨 주었다. 민중들은 즉시 자진해서 어제까지 온 몸을 다 바쳐 온 영혼을 다 바쳐 섬기던 신을 버리고, 교회를 부수고 새 종교를 받아들였다. 레닌은 예수를 대신한 구세주가 되었다.

[러시아 비밀 경찰의 유래]

허세 황제와 실세 귀족이 지배하던 러시아 제국을 통치하는 수단은 비밀 경찰이었다. 어디서도 황제를 비난하고 귀족을 욕하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즉시 그물처럼 펼쳐진 밤 말 듣는 쥐와 낮말 듣는 참새가 쪼르륵 비밀 경찰에 일러 바쳐, 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던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백성은 이 비밀 경찰과 그들의 끄나풀만 없어지면 곧 천국이 올 줄 알았다. 새 세상을 만든 레닌이 악의 근원은 실은 비밀 경찰이 아니라 귀족임을 명쾌하기 짝이 없는 '문답'으로 알려 주었다. 레닌은 러시아 혁명 성공 후, 지옥사자 비밀 경찰을 없앴다. 아니 접수했다.

비밀 경찰을 대신할 조직이 없는 상태에, 러시아 사회는 중간층이 전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관료 조직도 엉망이었다. 치안을 담당할 경찰이 허약했다. 또한 공산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가장 아쉬웠다. 이 정보를 캐내는 데는 비밀 경찰을 따라갈 조직이 없었다. 치안은 어느 정도 새로이 조직한 경찰이 담당했지만, '붉은 러시아'군이 방패막이를 했지만, 허약한 러시아 사회에서 비밀 경찰은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

--계속--


발빠른 행보의 푸틴, 러시아사를 세계사를 새로 쓰다(2/3)

[스탈린과 KGB]

그러나 레닌의 생존시에는 비밀 경찰이 인민들에게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문제는 스탈린이었다. 저 악명 높은 스탈린이 1924년 레닌의 죽음에 이어 철의 장막을 치면서, 치열한 정권 다툼의 과정에서 정적을 모조리 잡아가는 데에, 그는 이 비밀 경찰을 십분 활용했다.
법은 멀고 KGB는 가까웠다.
냉혹한 스탈린은 정적의 씨를 말리면서 갖가지 명목을 씌워 귀신도 모르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인민들마저 KGB를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시베리아로 내쫓았다. 강한 소비에트 연방을 위해,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대대적으로 시베리아를 개발했다.

러시아 인민들로 보아서는 황제 치하보다 더 무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혀 인민의 시대가 아니었다. 스탈린은 이런 인민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슬라브 족 중심으로 150개 인종을 '평등'의 이름으로 하나로 묶었다. 또한 저 무시무시한 히틀러와 맞싸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2차 대전 후에는 미국에 맞서 세계 2대 초강대국을 만들었다. 인민들은 KGB의 눈과 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만년 후진국 러시아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서 올림픽에 서 자국 선수가 금메달 따는 걸 보고 괜히 우쭐해지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KGB 국장 출신의 고르바초프의 결단]

노예가 나라를 강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부유하게는 못 만드는 법이다. 마침내 소비에트는 KGB 출신의 고르바초프의 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결단으로 천지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무너지고 열 다섯 나라로 갈라졌다. 독립국가연합(CIS Commonwealth of Independence States)이라는 말로 소비에트가 그림자만 남아있을 뿐, 러시아는 뼈만 앙상한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 주게 되었다.

70년 적폐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러시아는 인민들이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워했던 KGB가 와해되는 걸 보고 감격했다. 옐친은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여 한꺼번에 이를 해체해 버렸다. 문제는 갑자기 찾아온 넘치는 자유, 배고픈 자유를 지켜줄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군인은 적이 없는 상태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경찰은 좀도둑 하나 못 잡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또 다른 깡패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

구공산당과 마피아(KGB 출신이 많음)와 정치인이 손을 잡고 거대한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스란히 접수하고, 이어 방송 언론을 장악했다. 이른바 러시아판 과두재벌(oligarchy)이 탄생했다. 대통령은 완전히 허수아비였다. 얼굴 마담이었다. 옐친은 원래 좋아하던 술을 마실 일밖에 없었다. 다시 허약한 황제가 주지육림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귀족이 나라를 농단하던 제정 러시아 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그 때와 다른 것은 신귀족들은 전국적인 비밀 경찰 조직 대신(황제의 힘이 강할 때는 비밀 경찰이 황제의 권력을 지키는 알파요 오메가였다만), 자위 수단이라며 무시무시한 마피아와 사설 경찰(경호대)을 거느리고, 사람들의 이목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언론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칼과 육모방망이에 붓과 종이를 한 손에 쥐었던 것이다. 이들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판 어마어마한 달러를 국가가 망하든 말든 해외로 쏙쏙 빼돌렸다. 국내에서는 시장경제라는 물 좋은 곳에서 '독점 공급자'로서 돈을 콤바인으로 긁어모았다.

국가를 지킬 군인과 치안을 담당할 경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성의 지탄이 된 정보 담당 조직인 비밀 경찰을 해체한 대가는 혹독한 시베리아 추위보다 더 매서웠다.

[푸틴은 KGB 후신, FSB의 수장]

마침내 옐친은 비밀 경찰을 부활시켰다. FSB(연방보안국 Federal Security Bureau)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첩보와 정보는 필수임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것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악용하지만 않으면, 군대나 경찰 못지 않은 막강하고 귀중한 조직임을 그는 깨달았던 것 같다. 마침내 FSB는 군대 지휘권까지 갖게 되었다. KGB보다 더 강한 조직이 된 것이다.

이 조직을 맡은 사람이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푸틴의 행적은 비밀에 싸여 있는데, 그가 오랫동안 동독에서 통일 독일에서 활동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데, 정식 외교관이 아니었으니까 쉽게 말하면 간첩이었다. 그런데 그는 예사 간첩이 아니었다. 황태자 시절의 피오트로 대제와 같은 존재였다. 피오트르는 신분을 숨기고 프랑스에 몰래 들어가 공장에 취직했던 사람이다. 거기서 그는 러시아가 얼마나 후진적인 나라이며 러시아가 강대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몸으로 직접 배웠던 것이다.

푸틴은 자본주의를 배웠다. 정보를 철저히 분석했다. 러시아의 문제를 풀려면 그가 배운 지식과 그가 분석한 정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철저히 연구했던 것 같다. 레닌의 비전과 스탈린의 냉혹함, 고르바초프의 정보 -- 이 셋을 합치면 러시아를 명실상부하게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 국민도 안심하고 잘 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 같다. 그의 눈은 더욱 예리해졌고 그의 입술은 더욱 얇아졌다. 그의 발은 한결 빨라졌고 그의 손은 한층 단단하게 뾰족한 지휘봉을 잡았다.

푸틴은 '강한 러시아'라는 깃발을 내세워 먼저 러시아인의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을 비전을 제시하고, 직접 뛰는 과감하고 능수능란한 외교로 세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저 조그만한 조선인민민주공화국에도 조금도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 후에 곧바로 1945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국가 수반이 직접 날아가서 국방위원장을 감격시켰다.
--계속--




발빠른 행보의 푸틴, 러시아사를 세계사를 새로 쓰다(3/3)

[푸틴의 미래 미리 보기]

푸틴은 큰 것을 위해서는 작은 것은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체첸은 인권 문제로 보면 러시아가 독립시켜 주어야 하지만, 강한 러시아, 강한 러시아 군대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일개 지방으로 남겨 두려고 한다. 이것으로 사실 그는 러시아인으로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 주어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푸틴은 러시아가 아주 못 산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는 정보력을 가졌다. 명목상으로는 러시아가 중국보다 훨씬 잘 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 구매력에서는 중국에 상대가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짧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한 적도 있다.

푸틴은 과두재벌을 점점 압박할 것이다. 그는 다른 정치인과는 달리 이 점에서 아주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문제는 제정 러시아 때처럼 귀족이 백성 위에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력을 잡고 모든 생산 수단을 장악하고 군림하는 데 있음을 오랜 정보원 생활을 통해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경찰을 통해 치안을 확보할 것이다. 소련의 붕괴는 치안이 부재(不在)한 상태에서 KGB마저 와해됨으로 극도의 혼란을 가져왔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법의 지배를 받는 나라인데, 그는 치안이 확보되지 않고는 법이란 것은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대 출신인 푸틴은 법치를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이미 그는 러시아의 하원 두마를 통해 현란할 정도로 새로운 법을 만들고 있다. 그의 설득력은 대단하여 소수 여당으로서 다수당 공산당을 설득하여, 고르바초프와 옐친을 수시로 엿먹이던 두마가 여야의 큰 대립 없이 별 이의 없이 그의 의도대로 따라 준다.

푸틴은 정치 안정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치의 안정 없이는 어떤 개혁 조치도 취할 수 없음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서 그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쓸 것이다.
푸틴은 외교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현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국에게 잘못 보이면 아무리 작은 나라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세계 제일의 러시아의 엄청난 천연자원과 세계 2위의 기초과학기술을 접목하여 20년 안에 중국을 따라가려면, 독일을 따라잡고 미국과 버성기려면, 외국 자본과 외국의 경영, 외국의 응용 기술을 들여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푸틴은 점진적인 개방과 개혁을 지향할 것이다. 지난 80년 러시아가 겉만 번드레하고 백성들, 인민들, 국민들이 사람답게 살게 한 적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여름과 겨울밖에 없는 나라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극과 극을 치닫는 국민성에 영합하여 급격한 혁명과 개혁을 밀어붙였기 때문임을 그는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중국의 등소평에 의한 점진적인 개혁 개방의 실용주의, 한국의 박정희에 의한 점진적인 개혁 개방의 실용주의가 모택동의 극단적인 공산주의와 중화사상의 결합, 김일성의 극단적인 공산주의와 봉건주의의 결합을 압도한 것을 보고 뼈저리게 배웠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는 한국의 박정희는 몰라도 중국의 등소평은 철저히 연구했음에 틀림없다. 중국의 풍요로움을 부러워하는 말을 통해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푸틴이 온다. 푸틴이 뜨고 있다. 세계가 이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80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드디어 러시아에서 걸물이 태어났으며, 이를 러시아인이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언행이 일치하고 않고 말만 요란한 한국과 북한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 말에는 날개를 달아 놓고 발에는 쇳덩이를 달아놓은 남한의 여야 정치인, 북한의 공산당, 과연 이들은 국민을,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중국에는 강택민, 주용기, 호금도가 있고 러시아에는 푸틴이 있는데. 미국에는 노골적으로 경제와 군사 양쪽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부시가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데, 일본에는 당당하게 본심(혼네)을 드러내는 소천(고이즈미)이 한국을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하는데.


(200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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