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을 해부한다
“조선 없는 지구는 폭파해 버리겠습니다”
군·당·민을 포함한 전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습내용(강연메시지)은 김정일의 ‘위대성’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는데 그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장군님의 배짱은 이 세상 그 누구도 감당 못한다”
“‘우리장군님의 령도력과 위대성은 미국의 력대 대통령들의 위신을 다 합쳐도 모자란다’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고백했다”
“장군님 없으면 조국도 없다”
“우리장군님께서 호령한번 치시면 남조선 반동들과 미국놈, 일본놈들은 벌벌떤다.”
1994년초 배포한 인민군, 당, 주민대상 강연자료 중에는 이러한 내용도 있었다.
“어버이수령(김일성)께서 당과 정부의 주요 간부들이 모인 앞에서 위대하신 장군님(김정일)께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겠소?’
이때 우리의 강철의 담력을 지닌 장군님께서는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수령님, 그런 일은 없겠습니다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가 없습니다.’
‘지구가 필요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조선이 없는 지구는 폭파해 버리겠습니다. 우린 그럴 만한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1994년 봄은 지미 카터의 중재 속에 남북평화무드가 조정되던 시기다. 오랜 기간 동안 북한운영의 전반을 김정일에게 맡겨두고 2선에서 물러나 있던 김일성은 이 무렵 북한이 잘못돼 온 것을 깨닫고 자기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남한의 김영삼 대통령과 지체 없이 상봉하고 교환연설을 통해 이번 기회에 평화적으로 통일을 해보자는 심정을 주요 측근들에게 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김정일은 그러한 김일성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절대 안 된다. 그것은 혁명가로서 투항이다”라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심지어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수령님이 조국을 못 지켜내겠으면 내가 지키겠습니다.”
김일성은 이에 대노(大怒)해 이렇게 말했다.
“너 내가 늙었다고 그렇게 말하냐. 너 믿고 있었는데 국가에 연기 나는 굴뚝이 하나도 없다.”
김일성은 김정일을 일선에서 제치고 주석으로서 직접 국가사업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에 김정일은 극도로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김일성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김철용 (가명·북한보위부 출신·2004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