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정권을 해부한다]

지난 6월 12일 남북 정상급 군사회담 실무대표회담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대북 심리전을 담당해온 국군 심리전 부대 요원들이 상당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번 합의로 우리의 대북 심리전 요소는 상당 부분 봉쇄당한데 비해 북측의 대남 심리전 요소는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대남심리전’이라는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심리전에만 10여개의 군사 조직을 동원하고 있으며 김정일이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직접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이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한 해 동안 1500만장의 대남 전단을 국내에 살포했다. 전단은 주로 ‘미국은 악의 제국`등 반미감정을 부추기거나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15종 이상이었다. 또한 과거엔 휴전선과 수도권 일대에만 전단이 뿌려졌으나 최근에는 대전, 대구 지역까지 전단이 살포된 것을 나타나 있다.

‘적공국’, 대남 심리전 전문 부서

한반도 상공은 연 270일 정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삐라 살포는 전적으로 북한이 유리하다. 북한은 삐라 살포에 매우 적극적인데, 여기에는 인민무력부(한국의 국방부에 해당)산하 적공국(敵攻局)에서 전담한다. 적공국은 대남 심리전 전문 부서로, 판문점 경비를 서는 북한 군인들이 바로 적공국 소속이다. 이들은 전부 적공대학을 나온 장교들로 한국군 경비병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다는 사실이 지난 1998년 2월 3일 판문점 적공조로 근무하다 귀순한 변용관 상위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귀순 직후 기무사 조사에서 한국군과 북한군의 판문점 접촉내용을 상세히 진술했다. 주요 진술 내용은 “북측 공작조가 판문점 한국군 경비중대 1소대원 6명, 2소대원 20명, 3소대원 6명, 4소대원 10명 등 42명과 접촉해 이 가운데 4명을 포섭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인터넷을 통한 대남 심리전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김정일은 올해 초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 공간”, “인터넷 게시판은 항일 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며 한국 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사이트를 직접 운용하거나 다른 관련 사이트를 이용해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의식화를 주도해 나가도록 지침을 내렸다.

지난 5월 27일 송영근 기무사령관은 ‘국방정보보호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북한의 컴퓨터 해킹능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맞먹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민족끼리’등 8개의 북한직영인터넷 사이트와 ‘구국전선’등 26개의 해외 친북사이트를 통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고 남한의 주적개념을 비난하며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북한 찬양 인터넷 사이트’ 중 국내에서 운영되는 친북사이트는 98개, 이념 동아리 사이트의 경우 2053개 등 총 2185개의 사이트가 북한의 선전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림대학`, 인터넷 심리전*해킹 전문가 양성

북한은 인터넷을 통한 대남 심리전 강화를 위해 지난 1986년 평양시 형제산 구역 미림동에 있는 자동화 대학(일명 ‘미림대학’)을 세워 전자전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해 왔다. 미림 대학은 매년 100여명의 수재를 뽑아 5년간 지휘자동화, 전자계산기(컴퓨터), 프로그램(프로그래밍), 기술정찰, 전자전 과 관련된 컴퓨터 집중교육을 시켜 전원 장교로 임관시키고, 이중 10여명은 인민군 정찰국에 소속돼 인터넷 심리전과 해킹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림 대학 졸업생들은 각 군부대 자동화부 참모로서 컴퓨터 심리*전자전 지휘체계를 수립하고 있으며 지금은 대대 급까지 배치돼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 잡지인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紙는 최근호는 “북한은 대규모 컴퓨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킹 기술 및 컴퓨터 바이러스 주입능력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현재 공격과 방어가 가능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및 심리전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필재 기자 spoon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