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2001년 미국에서 발표한 마술 '레이저'. 덮개나 세트를 사용하지 않는 인체 절단 마술이다.

마술사도 다른 마술사가 궁금할까. ‘동업자’끼리 물어볼 말은 많지 않겠지만, 맨몸으로 만리장성을 통과하고 자유의 여신상까지 없앤 ‘마술의 살아 있는 신화’ 데이비드 카퍼필드(48·미국)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4년 만에 열리는 카퍼필드의 한국 공연(5월26~30일 세종문화회관)을 앞두고 한국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23)이 묻고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답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마술사의 ‘매직 토크’를 도와준 건 마술이 아니고 이메일이었다.

▲ 이은결 =“당신은 언제부터 어떻게 마술을 시작했나?”

▲ 카퍼필드 =“어렸을 적부터 여느 아이들처럼 TV를 끼고 살았다. 마술 프로그램이 나를 사로잡았다. 열 살 무렵부터 마술을 궁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재능이 있었는지 마술 개발로 이어졌다. 열여섯 살부터는 뉴욕대학에서 마술 강의를 시작했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점점 더 마술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다.”

▲ 이은결 =“자유의 여신상 없애기처럼 스케일이 큰 마술들은 어떻게 고안하는가.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 카퍼필드 =“자유의 여신상이나 만리장성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한 국가의 상징물이다. 이렇게 대중들이 그 덩치와 가치를 너무도 잘 아는 대상에 마술을 걸수록 ‘일루전(illusion·환상)’도 커진다. 스케일이 큰 마술들은 보통 준비에 7년이 걸리고, 나는 2년마다 새로운 일루전을 내놓고 있다.”

	▲ 마술사 이은결

▲ 카퍼필드 = “이번에 보여줄 11개 마술 중에는 요즘 한국에서 인기라는 ‘로또(lotto)’가 있다. 복권 당첨 비결을 공개하는 식의 마술이다.(무대로 불려나온 여러 관객이 고른 숫자를 조합하는데, 카퍼필드가 미리 예상한 숫자와 일치한다). 복권 당첨은 누구나 꿔봄직한 꿈이다.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고 행복을 안기는 게 마술이 할 일이기도 하다.”

▲ 이은결 =“‘프로젝트 매직(Project Magic)’이라는 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카퍼필드 =“내 경력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게 마술치료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지닌 사람의 치료를 마술로 도와주는 것이다. 20여년 전 신체 장애를 지닌 한 마술사가 마술 덕택에 스스로를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며 밝게 사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시작했다. 1982년 만든 프로젝트 매직은 현재 세계 30여개국 1000여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도 곧 들여올 생각이다.”

▲ 이은결 =“한국에서는 최근 마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카퍼필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마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마술 같은’ 일들을 담은 영상들이 더 많아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눈앞에서 생생히 체험하는 진짜 마술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이은결 =“지금 구상 중인 마술은 무엇인가?”

▲ 카퍼필드 =“당신도 알다시피, 마술사는 어떤 마술을 궁리하는지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마술에는 비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2~3년 후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 이은결 =“어디서 마술을 할 때가 가장 편하고 관객 반응도 좋았나?”

▲ 카퍼필드 =“1990년 한국이 그랬다. 관객들은 열정적이었고 적극적으로 나를 도왔다. 내 마술은 관객들의 꿈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관객들이 나를 믿고 기대할수록 공연도 완벽해진다.”

▲ 이은결 =“마술이란 무엇인가?”

▲ 카퍼필드 =“마술은 우리 모두가 꿈을 이루게 해 준다. 나는 사람들이 내 마술을 통해 행복을 얻고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를 바란다.”

공연문의 (02)3472－4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