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주(州) 방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12일 동성애 부부에게 정식으로 결혼 증명서를 발급함으로써 동성간 결혼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이날 정오께 시청사 내에서 비공개로 여성 동성애자인 필리스 라이언(79)과 델 마틴(83)의 결혼을 주재한 뒤 결혼 증명서를 발급했다고 피터 라곤 시 대변인이 전했다.

라이언과 마틴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시 간부인 마벨 덩의 주례로 결혼서약을 마친 뒤 "마침내 결혼했다"고 감격해했으며 등은 "오늘은 델과 마틴, 그라고 역사적인 기념식을 지켜본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선언했다.

이들 동성애자는 51년동안 함께 살아왔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의 동성애자 결혼 승인 조치는 지난해 12월 시장으로 당선된 가빈 뉴섬 시장과 시 고위 관계자들이 마련한 시민불복종 행동(The act of civil disobedience)에 따른 것으로 보수론자들에 일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뉴섬 시장은 그러나 이날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라곤 대변인은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신청하는 모든 동성애자들에게 결혼증명서가 발급될 것이라고 밝히고 한 여성 동성애자 커플이 이미 증명서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가정을 위한 캠페인'이란 단체는 시 당국이 동성애자에게 결혼증명서 발급을 중단토록하기 위해 13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 이번 조치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2000년 주(州) 주민투표 결과에도 위배하는 것이다.

미국내에서 동성간 결혼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는 없지만 미 동부의 매사추세츠주(州) 대법원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주 동성애자도 헌법상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런 가운데 매사추세츠주 의회는 12일 동성애자 결혼을 금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 200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