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작전부 소속 대남공작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93년 귀순한 안명진씨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주범 김현희가 자신과 같은 공작원 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

안씨의 이 같은 발언은 ‘KAL기 폭파사건’을 둘러싸고 그동안 일부 친북단체들과 방송3사에 의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건조작의혹’을 일축시키는 내용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정원은 자신들과 관련된 ‘의혹사건 진실규명 작업’에 들어가면서 이 사건을 포함한 7가지 의혹사건을 우선조사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남공작원 학교인 북한 인민군 695부대에 입학한 것이 대한항공 보잉 747기가 인도양에서 폭파된 그 해였다”며 “김현희는 그 학교 졸업생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공작원 교육과정과 탈북 배경, 남한 생활 등을 소개했다.

지금은 결혼해 딸을 하나 두고 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집필과 강연을 하거나 북한문제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면서 생활한다고 밝힌 안씨는 그러나 북한을 떠난 뒤 완전히 긴장을 풀 수가 없다며 신변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나는 서울에서 항상 안전에 주의한다”며 “북한 지도부가 내 이름을 암살 목록에 올렸다는 말을 들었고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후 계속되는 대북 화해정책을 언급하면서 남한이 북한에 속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화해하고 사실상 북한 정권을 지지하려는 것에 놀라고 있다.”

안씨는 1987년 입학해 1993년까지 공작원 훈련을 받은 695부대에 대해 평양 북쪽 교외에 위치해 있고 주로 해외에서 활동할 공작원을 양성하는 곳이라며 세계 정보요원들 사이에서는 130연락소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공작원들은 이 학교에서 침투기술과 폭탄제조, 테러활동, 심리전, 무기훈련, 포섭방법은 물론 파견될 지역의 문화와 생활상 등 모든 것을 배운다고 안씨는 설명했다.

그는 또 공작원 훈련과정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주요 교육 중 하나였다며 작은 방에서 칼을 든 정치범을 맨 손으로 1~2분 안에 죽일 수 있는 훈련을 받았으며 붙잡힐 경우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자살하는 방법도 배웠다고 말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윤경원 기자] kwyun71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