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프랑크푸르트 헤센주 코흐 총리 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프랑크푸르트=김춘식 기자 |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4일(한국시간)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한국 정부는 그것을 조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내 둘째 방문지인 프랑크푸르트의 동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 뒤 "여당도 야당도 북한 붕괴는 바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반도 통일은 예측 가능, 안정된 절차로"=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북한에서 어떤 사태가 있더라도 상황을 통제해 갈 만한 내부의 조직적 역량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었고 아직 후유증도 많다"면서 "우리의 통일 과정은 독일과는 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천히 잘 준비해서 해야 하며 예측 가능한 프로세스(과정)를 거쳐 매우 안정된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구체적인 통일 방법론과 관련, 노 대통령은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점차 교류 협력을 통해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의 단계를 거쳐 그때 통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청난 통일 비용을 감안, '평화구조 정착→교류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유럽연합 내 국가 관계 수준의) 국가연합 단계→통일'의 단계적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북한은 안전을 보장해 주고, 관계를 정상화하고, 개혁.개방을 지원해 주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하고, 미국은 북핵만 포기하면 다 해 줄 용의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단지 순서를 갖고 다투는 것일 뿐 본질적으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의 위협 정도 훨씬 더 줄어"=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디 벨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당면한 위협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계속 위협이라고 느끼지만 여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위협 정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었다"면서 "북한은 최신 무기도 없고 전쟁을 수행할 경제력도 없으며 우리 정부의 화해정책이 주관적인 두려움을 많이 없애 주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개편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어떤 개편 모델을 지지하느냐와 무관하게 독일은 상임이사국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자격을 충족하느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오늘은 독일에 대해서만 얘기하자"고 했다.
◆ 공통 화제된 축구=노 대통령과의 13일 회담.회견에서 슈뢰더 총리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잘 싸워 놀랐다"며 "독일과 다시 싸우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은 좀 걱정이 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우리 팀이 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독일도 홈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우리에 우호적이니 8강까지는 꼭 올라가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는 길거리에 나왔던 700만 명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라는 명물이 있다"며 "독일에서 우리 팀이 16강, 8강, 4강에 올라가는 대로 응원단도 10만, 50만, 100만 명이 오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