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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正憲 장군의 자살과 법관의 용기 (조갑제)

운영자 2004.05.21 07:34 조회 수 : 822 추천: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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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正憲 장군의 자살과 법관의 용기

오늘 낮에 나라가 되어 가는 모습에 분노하여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전 陸士교장 金正憲 중장은 육군참모총장 물망에 오른 적도 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장군으로서 육사 18기 출신이었다. 나는 1988년에 金장군이 동해안의 모 사단장으로 재직중일 때 부대를 방문하여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金장군은 그때부터 친북세력의 발호를 걱정하고 있었다.

金장군이 유서에 남긴 말중에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지난 14일 헌법재판소는 盧武鉉 대통령이 작년 10월에 제안했던 재신임 국민투표가 헌법이 정한 국민투표 조건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盧武鉉 대통령은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앞이 캄캄하다'면서 재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었다.
측근 비리 때문에 국정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하야하면 될 것인데, 왜 헌법에도 없는 국민투표를 제안하느냐고 당시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했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책만이 국민투표의 대상이지 대통령의 재신임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다.

盧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행위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이 정도의 위헌으로써는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다는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많은 법조인들은 법률을 위반한 정도가 아니라 헌법위반이라면 당연히 대통령 파면의 결정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국회가 193대 2로 탄핵소추를 결정함으로써 違憲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국회의 그 판단이 법리적으로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상 헌재가 할 수 있는 것은 파면뿐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여기서 과연 재신임 국민투표가 중대한 헌법위반인가, 사소한 위반인가를 살펴보자. 盧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는 그 뒤 몇달간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부문을 뒤흔들었다. 임기 5년이 보장되어 있는 대통령이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먼저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대통령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법률전문가와 상의도 하지 않고 돌출적인 헌법위반 행동으로써 국가의 안정을 깬 것이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행정부는 투표 준비를 하고 야당은 이에 반대하여 정국이 일대 파란을 겪은 판이니 이는 사소한 헌법 위반이 아니라 國基 문란을 일으킨 중대한 헌법위반이다. 원천적으로 헌법위반에는 '사소한'이란 말이 붙을 수가 없다.

더구나 헌법에도 없는 국민투표로써, 정치적 도덕적으로 당연히 물러나야 할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이 어용방송과 홍위병들을 동원하여 재신임을 받는다면 이는 불법적인 집권연장이 된다. 그런 방법을 시도하려고 했던 盧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위반이라고 판단했더라면 그 처벌은 파면 말고 있었을까.
盧 대통령의 이런 헌법위반-법률위반 행위는 우연적이고 돌출적인 것이 아니라 상습적인 것이었다. 선거법 위반 행위와 이를 지적한 중앙선관위의 지적에 대한 불복행위도 이번 헌재에서 위법행위임이 지적되었다. 그렇다면 盧대통령은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한 뉘우침이 없는 사람이란 논리가 성립된다. 이를 확인해주는 것은 그가 탄핵 기각 결정 뒤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한 담화문에서 헌법을 위반한 데 대한 명시적 사과도, 준수하겠다는 다짐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엄청난 헌법위반을 단지 대통령이 행했다고 해서 불문에 붙이겠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 교장 선생님처럼 깐깐했던 金正憲 예비역 중장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유서가 짐작케 한다.

국헌을 준수하겠다고 맹세한 대통령으로서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과오는 헌법위반이다. 그 헌법위반으로 해서 국가가 몇달간이나 혼란에 빠져들었던 것을 헌법재판관들도 알았을 것 아닌가. 어느 나라 헌법이든지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정부를 국민이 선택하는 방식에 관한 대목, 즉 대통령의 선출방식에 관한 것이다. 1980년대에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민주화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였다. 盧대통령은 그렇게 쟁취한 직선제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고 독재의 정당화에 악용될 수 있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헌법을 위반하는 줄 알면서도(그는 변호사가 아닌가) 기습적으로 제안했었다. 헌법재판관은 이 정도는 파면감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벤자민 디스렐리의 말이 또 또오른다.
"나이를 들면서 생각해보니 공직자의 성격중에 가장 희귀한 것은 용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토마스 제퍼슨의 말도 생각났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가끔씩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먹어야 원기왕성해진다."

金正憲장군 유서의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부분이 헌법수호의 책임을 진 헌법재판관들을 향해서 남긴 글 같기에 한 마디 했다. 복귀한 盧武鉉대통령이 헌법 무시의 행태를 계속하여 헌정위기, 국가위기를 부른다면 헌법재판관들이 일정 부분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의미도 함축된 유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삼가 金正憲 장군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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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예비역 중장 ´시국고민´ 자살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

18일 낮 12시5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N호텔 7층 객실에서 예비역 육군 중장 김정헌(金正憲 65.육사 18기)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호텔 종업원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 예비역 육군 중장 김정헌(金正憲 65.육사 18기)
종업원 김씨는 "손님이 정오가 되도록 나오지 않고 전화도 안 받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숨진 김씨는 속옷 차림이었으며 화장실문 상단에 손가방 끈으로 목이 감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객실에 남긴 유서에는 "대통령 3명이 나라를 망쳤고…,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 한 몸을 국가에 바치겠다"는 등 최근 시국을 비관하는 내용 및 자살 시간 등이 적힌 A4용지 한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평소 국가관이 투철했던 김씨가 최근 뉴스도 보지 않을 정도로 시국에 대해 고민 해왔다는 유족들의 말과 외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시국에 대한 고민 끝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육사 18기인 김씨는 1993년 11월 육군사관학교 교장(36대)을 마지막으로 예편했으며, 현 대한민국 예비역 장성모임 ‘성우회’ 정책 운영위원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편 대통령 탄핵당시 노사모 회원의 분신자살 시도 사건과 관련, 메인뉴스로 보도했던 KBS 등 방송3사는 예비역 육군 중장의 ‘시국비관’ 자살이라는 비중있는 보도를 단신으로 처리하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신혜식 기자] king@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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