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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국제질서' 연쇄인터뷰] <2>앙드레 글뤽스만(Glucksmann) 인터뷰
"인권탄압국가에 대한 전쟁은 정당
미국이 이라크 떠나면 세계적 위기와 혼돈 발생할 것"


▲ 앙드레 글뤽스만(Glucksmann)
- ['새해 국제질서' 연쇄인터뷰] <2>츠베탕 토도로프(Todorov) 인터뷰
―당신은 9·11 테러 이후 인류가 니힐리즘(Nihilism:허무주의, 폭력적 무정부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최근 저서 ‘서양 대 서양’(Ouest contre Ouest)에서 강조했다. 새 해로 한 살 더 먹은 21세기의 니힐리즘은 무엇인가.

“9·11 테러의 폭력성은 이미 19세기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묘사한 니힐리즘을 떠올리게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이 죽었으므로, (인간에게) 모든 것이 허락됐다”고 주장한 당시 러시아의 니힐리스트를 ‘악령’이라고 불렀다. 니힐리스트는 “악(惡)은 없다, 왜냐 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니까”라고 선언했다. 20세기 공산주의와 나치주의의 공통 핵심은 니힐리즘이다. 21세기 벽두에 일어난 9·11 테러는 그런 니힐리즘의 집대성이다. 펜타곤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는 원자력 발전소도 거리낌없이 공격할 수 있다. 미국 맨해턴의 그라운드 제로는, 마치 히로시마 원폭 투하 3주 전의 원폭 실험장이 그랬듯이, 앞으로 다가올 재앙의 전조(前兆)와 같다.”

―당신은 최근 파리의 마들렌 극장에서 한 강연에서 종교적 광신도뿐만 아니라 북한 등 불량배 국가의 독재자들도 오늘날의 니힐리스트들이라고 지적했는데….

“북한의 구시대적 공산주의, 이란의 이슬람 원리주의,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이라크의 군사 강국주의 등은 내가 말한 현대적 니힐리즘의 범주에 들어간다. 제도화한 니힐리즘의 예를 들자면, 북한의 김정일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좋은 자동차와 미녀,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에게 공산주의는 자신을 감출 껍데기에 불과하다. 200만~300만명의 인민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둔 그의 처신을 보면 ‘나는 뭐든지 하도록 허락 받았다’는 니힐리즘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프랑스 여론의 다수는 반대했지만, 당신은 보기 드물게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

“인권을 부정하는 현장에 국제 사회의 개입은 정당하다. 물론 누구나 전쟁을 혐오한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서라도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를 제거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후세인은 그 국민과 이웃 국가들에 대량살상무기였다.”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은 어떻게 보는가.

“나는 한국 정부가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추가 파병키로 한 결정은 매우 용감한 입장이라고 평가한다. 이라크의 민주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미국이 지금 이라크를 떠난다면 세계적 위기와 혼돈이 발생한다.”

―새해 국제사회에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심각하게 분열됐다. 평화를 내세운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는 소수파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들은 러시아와 손을 잡았지만, 러시아는 아직까지 민주국가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과 손을 잡는 ‘서양 더하기 서양’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유럽과 미국이 대립하는 ‘서양 대(對) 서양’ 현상이 오래 갈 것 같다. 1930년 대에 나치 정권의 인권 탄압을 알면서도, 국제사회가 주권 존중을 이유로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가. 개별 국가의 주권은 보편적 인권 원칙에 의해 제한돼야 한다. 우리가 한 국가의 인권 말살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파리=朴海鉉 특파원 hhpark@chosun.com )

앙드레 글뤽스만(Glucksmann) 소개

앙드레 글뤽스만은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유대인 집안에서 1937년 태어났다. 1960년대 말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소르본 대학 등에서 철학을 강의했고, 공산주의 국가의 전체주의를 비판해왔다. 베트남전 이후 보트 피플을 구조하는 활동에 참가하면서 인권 운동에 본격적으로 가담했다. 그는 최근 체첸에서 러시아의 인권 침해를 고발하는 운동을 주도하며, 지난 2000년 북한 인권 개선 촉구 서명도 했다. 저서로는 ‘요리사와 식인종’ ‘냉소주의와 열정’ ‘선과 악’ ‘맨해튼의 도스토예프스키’ 등이 있다.

입력 : 2004.01.02 17:4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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