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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국제질서' 연쇄인터뷰] <2>츠베탕 토도로프(Todorov) 인터뷰
"유럽 독자 방위군 적극 추진해야
EU확대가 새 평화모델 제시할 것"


▲ 츠베탕 토도로프(Todorov)
- ['새해 국제질서' 연쇄인터뷰] <2>앙드레 글뤽스만(Glucksmann) 인터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공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라크 전쟁은 유럽인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정체성(正體性)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유럽인들은 민주적 질서와 인권을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대다수는 전쟁에 반대했다.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동조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와는 별도의 유럽 독자 방위군 창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도 이라크 전쟁 이후 일어난 유럽의 정체성 재발견과 무관치 않다.”

―유럽 연합(EU)은 새해 5월부터 회원국이 25개국으로 늘어난다. 거대해진 유럽이 이라크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수행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유럽은 역사적·지정학적 이유와 국제 상황 속에서 일종의 지혜를 갖고 있고, 남다른 경험을 축적해왔다. 유럽의 경험이란 것은, 타자(他者)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자와 동거해왔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만 해도 35개국이나 되고, 그토록 많은 문화와 언어가 공존한다. 물론 유럽은 계몽주의의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전체주의와 세계 대전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냉전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 가입에 이어 이제 EU 회원국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EU 회원국 확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해(1939년)에 태어난 나 같은 세대가 후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유럽은 앞으로 타자와의 동거를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분쟁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다원주의를 낳은 유럽의 휴머니즘이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최근 저서 ‘신(新)국제 무질서’에서 미국적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는 신보수파를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미국의 신보수파는 보수가 아니다. 보수란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보존하려고 한다. 그러나 신보수파는 모든 상황을 과격하게 바꾸려고 한다. 그들은 오히려 신(新)근본주의자들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들은 절대적 선(善)을 선정하고 모든 이들에게 그것을 부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근본주의자들이고, 종래의 종교 집단과는 달리 신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새로운 근본주의자들이다.”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추가 파병키로 결정했는데….

“만약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다면, 오로지 미국만이 도와주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 그것이 한국의 동맹 관계이고, 한국은 거기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 동맹국이 도움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최상의 방어는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혹시 미래의 어느날 한국이 중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군사적 동맹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그렇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비교할 때 장차 유럽의 통합 군대는 어떤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유럽 군대가 ‘얌전한 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군은 우선 유럽 대륙 밖으로 나가기를 삼가야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북한의 남침이 일어나더라도, 유럽은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를 꺼려야 한다. 유럽은 군사적 수단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찾도록 나서야 한다.”

(파리=朴海鉉 특파원 hhpark@chosun.com )

츠베탕 토도로프(Todorov) 소개

츠베탕 토도로프는 1939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공산 정권 치하에서 성장했다가, 1960년대 초 프랑스로 유학, 문학 비평가와 구조주의 기호학자로 자리를 굳혔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현재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이다. 그는 1990년 대 이후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으로 저술 활동 범위를 넓혔고, 20세기 이후 유럽 문명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고 있다. 저서로는 ‘상징의 이론’ ‘산문의 시학’ ‘환상문학 입문’ ‘상징주의와 해석’ ‘언어 과학 백과사전’ 등이 있다. 네덜란드의 18세기 일상 회화를 다룬 책 ‘일상 예찬’은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입력 : 2004.01.02 17:45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