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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기도문

운영자 2011.03.20 21:34 조회 수 : 1796 추천: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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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의 기도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 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딸 민아의 실명위기에서 하나님께 드린 회심의 기도)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쳐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민아에게 그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기적을 내려달라고 기도드리지 않겠나이다.

우리가 살아서 하늘의 별 지상의 꽃을 보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매일 매일 우리는 당신께서 내려주시는 기적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기적이 아니라 당신께서 주신 그 기적들을 거두어 가지 마시기를 진실로 기도합니다.

만약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 주신다면 저의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밖에 없사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당신께서 이루시고저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록 바치겠나이다.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본문중에서-